내가 원하는 걸 다 들어주는 사람이었을 때, 진짜로 몸을 맡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엔 그냥 ‘뭐, 그런 거 있겠어’ 싶었는데, 실제로 해보니까 세상이 바뀌는 것 같아.

내가 처음으로 본 적 없는 감정을 경험한 건 그때였다. 약간 어색하고 뻐끔거리는 느낌이었고, 이건 그냥 친구 사이로 넘어가기엔 너무 무겁고, 하지만 친구도 아니고… 뭔가 다른 걸 만난 기분이었다. 나도 정확히 언제부터 그런 생각을 했는지 잘 기억 안 나지만, 아까운 날의 저녁, 길에서 스쳐가는 사람의 시선 하나에도 마음이 쿵 하고 울렸던 게 기억에 남아.

그 전까지는 그냥 ‘자기만족형’으로 지냈던 거야. 자위도 했고, 그걸로 끝났던 게 다였거든. 그런데 어느 날, 한 번쯤은 진짜로 누군가와 그런 관계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말로 하면 좀 이상하게 들릴 수 있는데, ‘나는 도망치지 않고, 상대에게 몸을 맡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거. 그런 생각이 와닿을 때쯤, 나는 ‘스티커’라는 이름의 플랫폼에서 처음으로 내 프로필을 올렸어.

글쎄, 솔직히 ‘스티커’라니 너무 귀여운 이름이긴 했지만, 그래도 그게 제일 자연스러운 경로였거든. 온라인에서 모임에 가거나 직접 만나는 건 두려웠고, 그 전에 언니들한테서 들었던 ‘오픈채팅은 너무 허접하다’는 말도 있었고. 그래서 일단 ‘스티커’에서 메시지를 보내봤어. 처음엔 단순히 ‘안녕하세요’로 시작했고, 그 이후로 거의 3주 정도는 짧은 대화를 주고받다가, 결국은 서로의 성향을 조용히 알아가기 시작했어.

그 사람은 내가 원하는 걸 다 들어주는 사람이었고, 동시에 내가 꼭 보여주고 싶은 걸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느꼈다. 예를 들어, 내가 ‘조금 더 강하게 해달라’고 말하면, 바로 무조건 따라오진 않았고, 대신 “그렇게 하고 싶은 이유가 뭐야?”라며 물어봤어. 그게 무척 달랐어. 다른 사람들과의 만남에서는 대부분 ‘그래, 알았어’ 하는 식으로 끝났지만, 이 사람은 내가 ‘왜’ 그런 걸 원하는지 알고 싶어했다. 그 순간, 설렘이 아니라, 진짜 ‘믿음’ 같은 게 생겼다고 해야 할까.

처음 만났을 땐, 고개를 숙이고 말도 못 하고, 손끝이 떨렸던 기억이 나. 회사 근처 카페였는데, 그날 비가 오는 날이었고, 나는 빗소리에 더 긴장됐다. 그 사람은 천천히 자리에 앉아서 “괜찮아, 너랑 얘기하는 거 괜찮아”라고 말했고, 그 말 한마디로 내 마음이 조금씩 풀렸어. 우리 사이에는 처음부터 딱딱한 규칙이 없었고, 대신 ‘우리가 어떻게 하면 편할지’를 함께 찾아가는 과정이었어.

그 다음부터는 점점 더 믿음이 쌓였고, 사실 그게 가장 큰 변화였어. 내가 ‘조금만 더 조여줘’라고 말할 때, 그 사람은 그 말의 의미를 읽어내고, 동시에 내 반응을 살펴서 적당한 수준으로 조절했지. 그렇게 몇 번의 만남을 거치면서, 내가 무심코 말한 작은 말조차도 그에게 중요한 의미가 됐다는 걸 알았다. 내가 ‘이제 조금만 더 느껴줘’라고 말했을 때, 그는 눈을 마주치며 “네가 내게 이렇게 말할 수 있다는 게, 정말 소중해”라고 말했어. 그 말을 듣고서야 비로소, 내가 무언가를 ‘얻는’ 게 아니라, ‘함께하는’ 관계라는 걸 깨달았어.

지금은 더 이상 그저 ‘플레이’가 아니라, ‘나’를 보여줄 수 있는 존재가 된 것 같아. 매일매일 써내려가는 감정이 다르고, 그게 자연스럽게 생기는 게 아니라, 서로의 리듬을 맞춰가는 과정이니까. 그리고 요즘은 그 파트너와 함께 쓰는 채팅 앱이 있는데, 그건 바로 ‘SM톡’이란 이름의 앱이야. 오픈채팅보다 훨씬 깊은 대화를 나누기 좋고, 특히 그 사람과의 사적인 대화를 나누기에 적합해서, 이제는 거의 필수처럼 쓰고 있어. 그 앱 덕분에 서로의 감정을 조금 더 정교하게 전달할 수 있게 됐고, 그게 결국 신뢰를 더욱 굳히는 계기가 되기도 했어.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한 게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 어떤 사람이 되고 있는지가 조금씩 분명해지고 있어. 처음엔 두려움이 많았고, ‘내가 원하는 걸 다 줄 수 있을까’, ‘나는 또 얼마나 부족한 걸까’ 싶었지만, 그 사람과 함께하면서 그런 불안도 점점 사라졌어. 오히려 내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를 느끼게 되었고, 그것이 바로 첫 파트너를 만난 후 가장 큰 선물이었던 것 같아.

어쩌면 이건 ‘성적’이 아니라, 인간관계의 또 다른 형태일지도 몰라. 그러니까, 누군가를 진심으로 믿고, 그 믿음을 바탕으로 몸과 마음을 열 수 있다면, 그 자체가 이미 얼마나 큰 일인지. 내가 겪은 이 모든 순간들이, 내가 지금 이곳에 있는 이유라는 걸, 점점 더 확신하게 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