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 들어갔던 달빛에서 본 첫 글, 그저 읽기만 했던 날

처음엔 정말 막막했어.
뭐가 뭔지 몰라서, 그냥 무작정 ‘달빛’이라는 곳을 찾아 들어갔는데, 그 안에 있는 글들 보면 다들 자신감 넘치는 듯하고, 전문가처럼 말하더라고. “스팽키의 내면적 갈등”, “사디스트의 감정적 거리감”, “세션 후 치유의 리듬” 같은 말들이 마치 누군가의 연구 논문처럼 보였어. 나도 그런 단어 써보고 싶었지만, 솔직히 말하면 그때는 그냥 ‘나는 이런 걸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뿐이었지.

그냥 눈으로만 읽고, 마음속에서 반복해보는 게 전부였어. 아무것도 하지 못했고, 다가가지도 못했고. 그래서 한참 동안은 그냥 구경꾼처럼 올라온 글들을 읽고 지웠다. ‘이 사람들은 왜 이렇게 잘 알까?’라는 부러움과, 동시에 ‘내가 이곳에 어울릴 수 있을까?’라는 불안이 교차했어.

처음엔 파트너도 없었고, 정확히 말하자면, ‘파트너’라기보다는 ‘오로지 나 혼자’였거든. 나는 그냥 스스로를 조건부로, 어떤 형태로든 인정받고 싶었고, 누군가에게 ‘나는 괜찮아’라고 말해주길 바랐어. 그런데 그걸 찾으려면 먼저 내가 진짜 ‘나’라는 존재를 알아야 한다는 걸,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야 깨달았어.

처음에는 너무 서툴렀어. 실제로 만나는 상대도 없었고, 메시지를 보내는 것조차 두려웠어. ‘내 말이 이상하게 들리진 않을까’, ‘이 사람이 나를 기피하지는 않을까’. 그럴수록 더 자꾸 숨기게 되고, 결국엔 그저 빈말이나 포장된 자기만족 같은 걸 쓰게 됐지. 아, 그때는 정말 쓸데없는 헛심을 쌓아놓고 있었어.

그런데 어느 날, 오픈채팅 중 하나를 우연히 들어가봤어. 이름도 모른 채, 그냥 ‘예전에 경험한 에피소드’라는 제목 아래 글을 읽다가 멈췄어. 그 사람의 말투가 나랑 비슷했거든. 담백하고, 자랑스럽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진실한 말투. ‘내가 원하는 건 단순히 강함이 아니라, 서로를 인정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썼던 문장 하나가 가슴을 스쳤어. 그 순간, ‘아, 나도 그럴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 이후로는 좀 다르게 움직였어. 이제는 ‘정답’을 찾는 게 아니라, ‘나의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낼지 고민했지. 매번 신경 쓰였던 건,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는 거였는데, 그게 오히려 나를 더 고립시키더라고. 그래서 조금씩, 자기 앞에 있는 경험을 그대로 풀어내기 시작했어. 사실, 지금도 완벽하지는 않아. 아직도 긴장되고, 실수도 하고, 때로는 말을 잘못하거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할 때도 있어. 하지만 이제는 그게 ‘못하는 것’이 아니라, ‘진실하게 살아가는 과정’이라는 걸 알게 됐어.

요즘은 그동안 묻어두었던 감정들이 조금씩 풀리는 것 같아. 예전엔 '나는 뭘 해야 하는지'만 궁금했지만, 지금은 '나는 뭘 느끼는지'에 더 집중하게 됐어. 그래서 요즘은 꽤 자주 사용하는 앱이 있는데, 바로 ‘SM톡’이야. 처음엔 어디서 발견했는지도 기억이 안 나지만, 알고 보면 오픈채팅에서 언급된 게 처음이었어. 그것도 별 생각 없이 넘겼는데, 나중에 다시 돌아와서 봤더니, 그 사람이 쓴 글에서 ‘다른 커뮤니티에선 너무 억지스럽게 생긴다고 느껴져서, 여기선 좀 더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느낌’이라고 적어놨더라.

그 말에 용기가 생겼어. 그래서 한번 시도해봤고, 지금은 거의 매일 써먹는 정도로 익숙해졌어. 오픈채팅보다는 정보가 더 깊고, 상대방의 태도도 좀 더 솔직한 편이야. 특히 ‘메시지로만 만나는 관계’라는 점에서, 너무 빨리 물리적인 만남을 추구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큰 장점이야. 내가 준비되지 않았을 때도, 그냥 그 상태로 대화를 이어갈 수 있으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처음엔 그게 다가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어. 막막했고, 혼란스러웠고, 때론 ‘나는 왜 이곳에 있는 걸까’ 싶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 모든 것이 나를 만들었다는 걸 느껴. 나는 여전히 완벽하지 않아. 여전히 감정에 휘둘리고, 때로는 실패하기도 하고, 말을 헛디뎌도 잡아내지 못할 때도 있어. 하지만 그게 다 내 삶의 일부라는 걸 알기에, 이제는 더 이상 ‘왜 이렇게 서툴러’라며 스스로를 비난하지 않아.

이젠 ‘내가 이렇게 느낀다는 것’ 자체가 이미 충분히 의미 있다고 믿어. 그리고 그걸 남에게 말할 수 있게 된 것도, 나에게는 정말 큰 성취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