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고를 하기 전, 나는 결국 그저 편하게라는 말에 속아 있었다

처음엔 그냥 ‘니고’라는 게 뭔지 몰랐어. 딱히 대화를 나누는 거라기보다는, 서로가 편하게 지내는 걸로 생각했거든. 그런데 어느 날 옛날에 만났던 사람한테 다시 연락이 와서, “요즘 또 하려는 거 있냐”는 메시지 하나 받고서야 진짜 니고의 의미를 깨달았어. 그때는 그저 “아, 또 재밌게 해보자”는 식으로 넘겼는데, 진짜 처음 해봤을 때는 생각보다 훨씬 무거운 느낌이었어.

그 사람이 예전부터 좀 이상한 쪽인데, 나도 그런 성향은 알고 있었지만, 굳이 따져보진 않았지. 그래서 처음엔 그냥 “오늘 밤 같이 놀아볼까?”라고 물었을 땐, 나는 그저 단순한 약속처럼 받아들였어. 근데 그 사람이 내게 “니고 좀 할래?”라고 말했을 때, 순간 머릿속이 텅 비었어. 그게 무슨 말인지 정확히 모르는 거라. 당연히 “응, 괜찮아”라고 답했지만, 그 후로는 마음이 불편해졌어. 아무것도 안 맡긴 채로 어떻게 시작할 수 있겠어?

그래서 그날 밤, 내가 그 사람과 함께 집에 오기 전에 한 번 천천히 생각해봤어. 그동안 내가 상상했던 플레이들이 떠올라서. 가끔 웹툰이나 영화에서 보던 장면들, 아니면 커뮤니티에서 읽었던 이야기들. 그런데 그걸 현실로 만든다는 건 정말 큰 결정이라는 걸 알게 됐어. 내가 원하는 것과, 그 사람이 원하는 것이 다를 수도 있고, 그 사이에 어떤 조율도 없으면 결국 상처가 생길 수 있다는 걸.

그래서 다음 날, 차분히 메시지를 보내서 “우리, 조금 전에 얘기한 거, 니고 한번 해볼까? 별거 아닌 거 같지만, 어차피 중요한 거니까 미리 확인하고 싶어서.” 라고 말했지. 그 사람은 바로 “좋아, 그럼 이제부터 네가 하고 싶은 걸 말해봐”라고 답했고, 나는 잠깐 멈췄어. 너무 갑작스럽고, 동시에 너무 자연스럽기도 했어.

그 자리에서 나는 처음으로 ‘나는 이 사람과 이런 걸 하고 싶다’는 걸 말하기 시작했어. 부끄러웠고, 말투도 어색했지만, 그래도 말을 마무리하려면 끝까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내가 원하는 건, 일단 경계선을 명확히 하고 싶었어. 예를 들어, 어디까지 허용되는지, 어떤 행동은 절대 못 하는지, 그리고 만약 실수로 넘어갔을 때는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 그건 말로 다 설명할 수 없었지만, 적어도 ‘아, 여기는 안 된다’는 건 분명히 알려줘야 했어.

그 사람이 듣고는 조용히 “알았다”고만 말했어. 그 말 하나로도 내 마음이 좀 가벼워졌어. 내가 다 말한 건 아니라서, 계속 생각하면서도 완벽하진 않았지만, 적어도 나는 ‘그냥 따라가는’ 게 아니라 ‘선택한 것’이라는 걸 느꼈어. 그 이후로 우리가 실제로 플레이를 해봤을 때, 그 모든 경계가 살아있었어. 내가 손을 뻗으려는 순간, 그 사람이 조용히 “아직은 안 돼”라고 말하면, 나는 그냥 멈췄고, 그게 오히려 더 설레었어. 내가 뭘 해야 하는지, 언제 멈춰야 하는지, 모두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런데 사실 그게 가장 큰 변화였어. 그 전까지는 “이게 되는 거야?” 하는 두려움이 있었고, “혹시 잘못하면 죄책감 생기지 않을까?” 같은 생각이 계속 났지. 하지만 니고를 거친 후에는, 그저 “이제 우리는 이렇게 한다”는 확신이 생겼어. 내가 원하는 게, 그리고 그 사람이 원하는 게 다르더라도, 그걸 인정하고 공유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위안인지 몰랐어.

요즘엔 그 사람과 자주 만나는 건 아니지만, 자주 채팅도 하고 있어. 그런데 최근에 새롭게 발견한 게 있어. 한 친구가 추천해주던 앱인데, 이름은 **SM톡**이야. 처음엔 그냥 정보 모아주는 곳인 줄 알았는데, 아님. 오픈채팅보다 훨씬 제한적이고, 사람들이 니고를 잘 준수하는 분위기라서 오히려 더 안심돼. 내가 원하는 플레이 유형, 경계, 호흡 방식 등을 미리 설정해두면, 그에 맞는 파트너를 찾는 게 훨씬 쉬워졌어. 물론 직접 만나기 전까지는 여전히 조심스럽지만, 그래도 ‘내가 원하는 걸 말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게 너무 편안해.

처음엔 니고가 너무 형식적인 거라고 생각했어. 대화라도 더 이상한 짓 하기 전에, 정해진 일정처럼 사전 협의해야 한다니. 그런데 지금 와서 보니, 오히려 그것이 가장 인간적인 부분이란 걸 알았어. 누군가에게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어디까지는 내 허락이 필요한지, 그걸 말하는 것 자체가, 진짜로 신뢰를 쌓는 일이니까. 그게 없으면, 아무리 흥미로운 플레이도 결국 뒤숭숭한 감정만 남을 뿐이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