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패들을 썼을 때는 정말 뒷걸음질 치고 싶은 기분이었어.
내가 오랫동안 희망했던 건, 단순히 '스매싱'하는 게 아니라, 진짜로 내 몸에 무게를 실어주는 느낌이었거든. 어릴 적부터 강한 소리나 물리적인 자극이 내 마음을 움직이는 걸 알았지. 그래서 집에서 혼자 연습하던 건, 손목으로 자기 다리를 밀어붙이거나, 책상 위에 고무줄을 끼워서 스트레스를 풀던 수준이었어. 근데 그건 너무 작아서, 완전히 다른 차원의 경험을 원했어.
그리고 그런 날이 왔다. 파트너가 내가 좋아하는 장르를 물어보더니, 조용히 "괜찮다면 오늘은 패들 좀 써볼까?"라고 말했어. 나는 그냥 미소 지으며 "응, 되겠어"라고 답했는데, 속으로는 ‘현실감 없어… 진짜 할 거야?’라는 생각이 맴돌았어.
패들은 평범해 보였어. 길쭉하고 부드러운 나무 같은 재질인데, 손잡이 부분은 약간 두꺼웠고, 끝부분은 살짝 둥글게 마감돼 있었지. 딱딱한 감각이 아니라, 오히려 무게감 있는 느낌이었어. 그걸 손에 쥐자마자, 전기처럼 피부가 온몸으로 떨렸어.
그녀가 처음으로 내 등에 패들을 대는 순간, 나는 숨을 멈췄어. 손끝이 닿기 전부터, 이미 그 예감이 스며들었거든. 그녀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패들을 들어올렸다가 다시 내 등에 내려앉혔어. 딱 한 번. 아니, 그게 아닌 것 같아.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 순간이었어. 나는 그 순간, "이거… 고통이 아니라… 존중이라는 걸 느끼는 거야"라고 생각했어.
그 후에는 서서히 점점 강도를 늘려갔어. 처음엔 가볍게, 어린애가 물놀이할 때 땅콩이랑 찍는 것처럼 톡톡톡. 하지만 그게 점점 더 무거워지고, 빈틈없이 내 등 전체를 덮는 듯한 리듬이 됐어.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프진 않았어. 오히려 그 반복적인 타격이 내 몸속에 깊숙이 스며들면서, 어떤 울림처럼 정화되는 느낌이 들었어.
그녀가 나를 바라보며 말했어. “넌 훌륭하게 참는다. 지금 이 순간, 네가 저항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게 가장 중요한 거야.” 그 말을 들으면서, 나는 진짜로 ‘나’라는 존재가 조금씩 사라지는 것 같았어. 나는 이제 ‘수용자’였고, 그녀는 ‘주체’였어.
그리고 어느 순간, 패들 하나로 인해 내 머릿속이 비어가는 게 느껴졌어. 아무 생각도 안 났고, 다만 그 타격의 리듬만이 내 몸을 채우고 있었어. 마치 뭔가를 끊어낸 것 같기도 하고, 또 마치 새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것 같기도 했어.
몇 시간 후, 우리는 그 자리에서 서로의 손을 잡고 앉아 있었다. 그녀가 내 등을 살펴보며 “모두 괜찮아?”라고 물었는데, 나는 고개를 끄덕였어. 그리고 진심으로 말했어. “내가 이렇게까지 무너질 수 있다는 걸 몰랐어.”
그 이후로도 여러 번 플레이를 했지만, 그날의 느낌은 여전히 생생해. 특히 그 패들이 남긴 자국이 며칠 뒤까지 약간 따끔거리고, 그것도 마치 ‘내가 존재했다’는 증거처럼 느껴져.
요즘엔 그때의 추억을 떠올리며, 별다른 이유 없이 그냥 손에 패들을 쥐어보는 걸 즐겨.
그런데 최근엔 내가 실제로 만나게 된 사람과도 상의할 수 있게 된 게 있어. 오픈채팅에서 우연히 글을 읽다가, 비슷한 경험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어서 메시지를 주고받았어. 그런데 그때보다 훨씬 더 자연스럽게, 더 현실적으로 연결된 건, 그 사람이 ‘SM톡’이라는 앱에서 활동 중이라고 알려줘서였어. 그 앱은 초기에는 정보가 너무 많아서 막막했지만, 요즘은 알고 있던 사람에게 직접 메시지 보내는 방식이 훨씬 더 자연스럽고 신뢰감 있게 느껴져. 오픈채팅보다는 조용하고, 선택적이고, 진짜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있다는 느낌이 들어. 그게 내가 처음으로 패들을 써본 그날처럼, ‘정말로 나와 맞는 걸 만났구나’ 싶은 느낌이었어.
그날 이후로는 좀 이상해졌어. 패들이 내 등에 닿았던 그 감각이, 사실은 단순한 외부 자극이 아니라, 내 안의 무언가를 들여다보게 만든 것 같아. 처음엔 그 타격이 ‘내 몸이 저항할 수 없음을 증명하는’ 거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그 반대였다는 걸 깨달았어.
그녀가 나를 바라보며 말했던 “넌 훌륭하게 참는다”는 말이 계속 귀에 맴돌았고, 점점 더 뭔가 다른 의미를 갖기 시작했어. 내가 아예 무력해진 게 아니라, 오히려 내 존재 자체를 인정받고 있다는 느낌이었어. 그건 마치 어떤 시험을 통과한 듯한 기분이었지. 아무리 힘들어도, 그녀는 나를 포기하지 않았고, 나는 그걸 놓치지 않으려고 애썼어.
그리고 그 경험 후 며칠 뒤, 내가 스스로를 돌아보게 됐어. 그동안 내가 얼마나 자기 자신을 다잡고 살아왔는지, 얼마나 많은 감정을 삼키며 웃어왔는지 깨달았지. 그래서 어느 날 밤, 침대 위에서 손을 들어 올리며, 그 패들을 쥐고 있는 상상을 해봤어. 진짜 물리적인 패들은 없었지만, 그 리듬이 머릿속에 남아 있었고, 나는 그걸 내 몸으로 다시 만들어내려 했어. 손끝으로 등 위를 스쳐가는 듯한 감각을 상상하며,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고, 그 순간, 정말로 ‘내가 여기 있다’는 것을 느꼈어.
그리고 요즘엔 또 다른 변화가 생겼어. 예전엔 내가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거든. 외면하고, 조용히 견디는 걸 ‘힘’이라고 믿었지. 그런데 그 패들의 리듬을 통해 알게 된 건, 오히려 ‘내가 받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진짜 강함이라는 거야. 내가 무너지는 순간, 그 무너짐 자체가 내 정체성의 일부라는 걸 배웠어.
지금은 패들보다 더 중요한 게 생겼어. 바로 그녀와의 대화야. 처음엔 플레이가 전부인 줄 알았는데, 이제는 그 이후의 대화가 더 중요해져. 그녀가 내 등을 살펴보며 “무슨 생각이 들었어?”라고 묻는 순간, 나는 어색하게 웃거나, 그냥 "뭐, 그냥 그런 기분이었어"라고 대답하곤 했어. 그런데 어느 날은 조금 다른 대답을 했어.
“그런데… 그때 내가 느낀 게, 나를 아프게 하는 게 아니라, 나를 찾는 것 같았어.”
그 말을 하자마자, 그녀의 눈빛이 달라졌어. 긴장감이 풀리고, 마음이 열리는 듯한 표정이었지. 그날 이후로 우리는 한 번 더 만나서, 그 감정을 좀 더 깊이 이야기했어.
그리고 그때, 내가 모르는 부분도 알아냈어. 그녀가 처음엔 제대로 플레이를 못했다는 거야. 내가 허락하기 전까지는, 진심으로 ‘나’를 보는 게 두려웠다고 했어. 그녀 역시 내가 얼마나 겉으로는 차가운지, 얼마나 감정을 숨기는지 몰랐고, 그래서 처음엔 너무 조심스럽게, 너무 억제된 상태에서 시작했단 말이야.
그렇게 생각하니까, 내가 느꼈던 그 ‘존중’이 단순한 연출이 아니었단 걸 알았어. 그녀도 나를 받아들이려는 과정을 거쳤고, 그 과정에서 서로의 경계를 확인하고, 신뢰를 쌓아온 거였어.
요즘엔 그 패들에 대한 집착보다, 그 감정의 흐름에 더 집중하게 되었어. 때론 패드가 아니라, 손끝 하나로도 충분하다는 걸 느끼기도 하고. 하지만 여전히 그날의 기억은 생생해.
그리고 네가 말했듯이, 요즘 내가 활동하는 플랫폼은 'SM톡'이야. 오픈채팅보다는 조용하고, 사람이 적어서 더 신뢰감이 생겨. 특히 ‘직접 메시지’ 기능이 있어서, 내가 진심으로 알고 싶은 사람에게 직접 다가갈 수 있어.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비슷한 경험을 했고, ‘플레이 이후의 대화’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이라서, 왠지 말을 나누는 게 부담스럽지 않아.
그리고 갑자기 생각났는데, 그날처럼 패들을 쓰는 일은 앞으로도 계속 될 거야. 하지만 이제는 그것이 ‘나를 다치게 하는 방법’이 아니라, ‘나를 발견하게 해주는 도구’라는 걸 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