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밤, 자취방에서 혼자 휴대폰을 들여다보다가 문득 생각이 났다. 내가 지금까지 해온 플레이들 중에 진짜로 내 마음을 움직였던 건 도구 자체보다는 그 도구를 만드는 과정이었을지도 모른다는 거. 처음엔 그냥 장난처럼 뒤적거리던 쇼핑 사이트에서, 꽤 오랜 시간 동안 '내가 원하는 게 뭘까'를 고민했다.
그때는 아직 슬레이브라기보다는 리거 수준의 감정이 있었고, 단순히 상대에게 억압당하는 걸 즐기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런 상황에서 내가 어떤 방식으로 몸을 내려놓는지, 그 순간의 느낌을 응시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래서 도구도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나의 몸과 감정을 담아낼 수 있는 매개체가 되길 바랐다.
그런데 문제는… 이전에 사본 것들은 다 너무 ‘완성형’이었다는 거. 예를 들어, 철제 망치 같은 건 암달링이나 허리춤 잡는 데는 괜찮지만, 내가 원했던 건 그 이상이었다. ‘내가 선택한 도구’라는 느낌, ‘내 손으로 만들어낸 결과물’이라는 소중함. 그래서 한참 동안 뒤져서 결국은 나만의 플레이 도구를 직접 만들기로 결심했다.
처음엔 재료부터 고민이었어. 뭐가 좋을까. 금속은 무겁고 위험하고, 플라스틱은 흔해서 의미가 없고, 나무는 좀 아름답긴 하지만 너무 부드러워서 타격감이 안 나더라. 그러다가 우연히 목공소에서 구할 수 있는 라미네이션 목재를 보게 됐고, 그걸로 조각을 만들면 어떨까 싶었지. 얇은 판을 잘라서 말랑말랑한 느낌은 살리되, 마감 처리를 하면 적당한 무게와 질감을 줄 수 있겠다 싶었고.
그래서 집 근처 공방에 가서 직원분께 설명을 드렸다. “이렇게 작은 원형으로, 끝이 살짝 둥글게… 그리고 뒷면엔 조금씩 각을 주면 될까요?” 라며 사진 하나 보여줬는데, 그분도 무척 관심 있게 들어주셨고, 결국 3일 후에 제작된 제품을 받았다. 두께는 약 1.5센티 정도, 손에 딱 맞는 크기. 끝이 둥글고, 무게감은 거의 없는 듯하면서도 힘이 느껴지는 그런 느낌. 원래는 팔꿈치나 무릎을 찍는 용도로 쓰려고 했는데, 실제로 해보니 손바닥 위에 올려두는 순간부터 이미 감정이 움직였다.
그 도구로 첫 번째 플레이를 할 때는, 파트너가 내 등을 꽉 붙잡은 상태에서 그걸 내 어깨에 살짝 대고 천천히 눌렀다. 정확히는 압력을 가한 건 아니었는데, 그 순간 나는 왜 이렇게 떨리는지 몰랐어. 아마도 그 도구가 나의 손길로 만들어졌다는 사실 때문이었겠지. 내 손이 직접 디자인했고, 그걸 통해 내가 얼마나 자신의 몸을 내려놓고 싶은지, 얼마나 그 자리에 머무르고 싶은지를 표현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해야 할까.
그 이후로는 더 이상 다른 도구를 사는 일도 없었고, 그걸 사용할 때마다 ‘내가 만든 거야’라는 믿음이 따라붙었다. 심지어는 그 도구를 전용 보관함에 넣어두고, 그냥 볼 때도 설레는 기분이 들었어. 그건 단순한 플레이 도구가 아니라, 나의 욕망과 의식이 합쳐진 산물이었거든.
요즘엔 그 도구를 더 활용하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어. 예를 들어, 약간의 연출을 위해 빛을 비추거나, 텍스처를 변화시키기 위해 미세한 유약을 발라보기도 했는데, 그렇게 하니까 또 다른 감정이 생겼다. 그것도 내 손으로 만든 ‘현실’이란 걸 느끼게 되더라고.
사실 이런 걸 말하면 다들 ‘왜 직접 만들었어?’라며 놀라지만, 그게 가장 중요한 이유였어. 도구가 아니라, 그 도구를 만든 과정 자체가 나에게는 치명적인 경험이었거든. 몇 번이고 반복적으로 만들고 수정하고, 실패도 하고, 때로는 완성된 게 전혀 예상과 다르게 나오기도 했지만, 그 모든 것이 나의 일부가 되어갔다.
최근엔 그걸 이용해 오프라인 모임에서도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한 누군가가 “혹시 나도 이런 거 만들어볼까” 하는 말을 했어. 그때 나는 조용히 웃으며 말했지. “그럼 너만의 방식으로 만들어봐. 그게 진짜 너의 도구가 되니까.”
그리고 요즘은 그걸 쓰고 있는 동안, 파트너와의 소통도 더 깊어지고 있거든. 아무래도 내가 직접 만든 걸 쓰는 만큼, 그 순간의 의미도 확실히 다를 수밖에 없잖아. 그래서 최근에 파트너가 처음으로 내 도구를 보며 “이거 진짜 네가 만들었어?”라고 물었을 때, 나는 “응, 내 손끝이 지켜낸 거야”라고 말했어.
그리고 이 경험 덕분에, 이제는 다른 사람들의 도구 이야기를 듣는 것도 재미있어졌고, 다양한 재료와 형태에 대한 호기심도 생겼지. 그래도 뭐든 다 좋은 건 아니야. 결국은 내 손이, 내 마음이, 내 몸이 감정을 받아들이는 방식에 맞춰져야 한다는 걸 새삼 알게 됐어.
그리고 말이 나왔으니 한마디 더 하자면, 최근엔 이런 식으로 도구를 만들면서도 채팅으로 만남을 찾는 일이 생겼는데, 그때 도움을 준 게 바로 ‘SM톡’이라는 앱이었어. 오픈채팅보다는 훨씬 질서 있고, 사람들의 프로필도 정말 신경 쓴 흔적이 있어서, 서로의 성향을 좀 더 자연스럽게 파악할 수 있었고. 특히 내가 직접 만든 도구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걸 존중해주고 싶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많더라고. 그 앱 덕분에 내가 원하는 분위기의 사람을 만나는 데 큰 도움이 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