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좀 특별한 날이었어. 생각보다 훨씬 더 무거운 감정을 안고 있었던 거지. 하루종일 아무것도 하기 싫었는데, 결국엔 뭔가를 해야겠다는 압박감에 나만의 플레이 전후 루틴을 다시 써내려가게 됐어. 사실 이건 처음부터 정교하게 설계된 게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자잘한 실패와 후회 속에서 하나씩 만들어낸 것 같아.
우선, 플레이 전에는 무조건 숨을 깊게 들이쉬는 걸로 시작해. 4초 들이쉬고, 7초 멈추고, 8초 내쉬는 방식이야. 이게 왜 중요한지 몰라? 내가 그걸 외면할 수 없는 이유는, 항상 그 순간에 ‘나는 이 사람이 원하는 대로 행동해야 한다’는 강박이 밀려오거든. 특히 마스터로서 플레이할 때, 내 말 한마디가 상대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모른다는 걸 알기에, 미리 마음을 가다듬는 게 필수야. 그래서 체온이 올라가기 전에 잠깐이라도 내 안에 있는 ‘강요하는 존재’를 제어하고 싶은 거지.
그리고 진짜 중요한 건, 플레이 직전에 자기 자신에게 물어보는 거야. “내가 지금 이 상황에서 진짜 하고 싶은 게 뭐야?”라는 질문. 이건 아주 사소한 것 같지만, 내가 과거에 너무 많은 빚을 지고 살았던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야. 상대의 요구에 맞춰서 움직였고, 그게 ‘좋은 마스터’라는 평판을 얻는 길이라고 착각했거든. 그런데 그게 결국 나를 허물어뜨리는 길이었다. 어느 날, 내가 다정한 목소리로 ‘괜찮아, 네가 원하는 만큼만 해줘’라고 말했을 때, 그 사람의 눈빛이 어색해졌어. 아니, 오히려 흐릿해졌다고 해야 할까. 그 순간, 나는 내가 실제로 무언가를 선택하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어. 그냥 ‘그런 분위기를 유지하려면 이렇게 해야겠구나’ 하는 판단이었던 거야.
그 이후로는, 무조건 ‘선택’이라는 걸 고집하게 됐어. 나만의 루틴 중 가장 중요한 건, 플레이 전에 내 손에 들린 스마트폰을 꺼내는 거야. 최근에 쓰고 있는 채팅 앱인 ‘SM톡’에서 오픈채팅으로 티끌조차 남기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써내려간 글들을 다시 읽는 거지. 비록 내가 직접 올린 게 아니지만, 다른 사람들이 쓴 경험담들 속에서 간접적으로 배우는 게 많아. 그중에 한 번은 이런 말이 있었다. “나는 플레이 후에 머릿속이 하얘지곤 해. 마치 내가 그 자리에 있던 것 같은데, 실은 그저 역할을 했을 뿐이니까.” 그 말이 와닿았어. 그래서 지금은 플레이 후, 일단 10분 동안 아무 말도 안 하고, 집 안 어딘가에 혼자 앉아 있는 걸로 루틴을 완성해. 침대 위든 소파 끝이든, 어디든 상관없어. 단지 ‘나는 여기 있어’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거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플레이 후에 절대 ‘내가 잘했다’거나 ‘나는 성공했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거야. 오히려 반대로, ‘내가 뭘 잘못했을까?’를 따져보는 습관이 생겼어. 별거 아닌 일인데도, 예를 들어 ‘아까 그 말투가 좀 딱딱했네’라든지, ‘그때 미소를 짓지 않은 게 아닐까’ 같은 걸 떠올리면서 조용히 머릿속에서 되새겨. 이게 왜 중요한지 알아? 내가 더 이상 ‘완벽함’을 추구하기보다는, ‘진실’을 유지하려는 태도를 갖게 됐기 때문이야. 플레이가 끝난 후에도 내 마음이 뭔가 부풀어오르는 기분을 느끼면, 그건 내 감정이 흐트러졌다는 신호란 걸 이제는 알고 있어.
최근에 ‘SM톡’에서 만난 사람과는 정말 특별한 경험이 있었어. 오픈채팅에서 막상 연결되기는 했지만, 서로의 프로필을 보고서 ‘이 사람, 진짜 말하는 거 좋아하는구나’ 싶었어. 그런데 우리가 만나서 처음 말을 나누다가, 그 사람은 갑자기 ‘너랑은 말이 안 통할 것 같아’라고 말했지. 당황했지만, 그 순간 나는 그 말이 내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플레이의 일부일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어. 그래서 그 다음에 내 루틴을 적용했어. 플레이 중엔 그 사람이 내게 얼마나 불편함을 느꼈는지, 그 감정을 무시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거. 그리고 플레이 후, 그 사람과의 대화를 다시 돌려보며 ‘내가 혹시 무심코 어떤 말을 했을까’를 스스로 검토했어.
결국, 이 모든 루틴은 나 자신을 보존하기 위한 거야. 플레이가 끝나면, 내게 남는 건 감정이 아니라 ‘나는 또 살아있었다’는 사실뿐이니까. 매번 그런 루틴을 반복하면서, 내가 바뀌는 건 없어. 하지만 조금씩은 달라지는 게 있어. 그게, 내가 더 이상 ‘이런 게 좋다’고 말할 때, 그것이 진짜 내 마음인지, 아니면 ‘이렇게 해야 한다’는 사회적 기준인지 구분할 수 있게 된 거야.
지금은 그 루틴이 조금씩 자연스럽게 내 삶의 일부가 됐어. 플레이 전후에 숨 쉬는 법, 마음을 비우는 법, 그리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법. 다 별거 아닌 일들인데, 이게 나를 견뎌내게 하는 유일한 기둥이 되었어. 물론 여전히 흔들릴 때는 있지만, 그럴 땐 그냥 그 루틴을 다시 따라가는 거지. 그리고 아마도, 그게 나만의 진짜 ‘플레이’일지도 몰라.